아내에게

우리는 좋은 장비를 가졌지만 가는 길 내내 운이 따라 주지 않은 것이 안타깝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음 저장소 17.7km 이내에 들어와 한 끼의 더운 식사와 두 끼의 차가운 식사를 남겨 두고 있소.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했지만 지금 끔찍한 눈보라 속에 4일째 갇혀 있소. 마지막 기회가 사라진 것 같소. 우리는 자의적인 죽음을 택하지 않고, 다음 저장소로 가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기로 결심했소. 그 투쟁의 끝은 고통없는 죽음일 거요.

가능하면 아이에게 자연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 주면 좋겠소.
몇몇 학교에서 그것을 배울 수 있을거요. 나는 당신이 아이를 개방적으로 키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소.

무엇보다도 아이는 자신과 싸워야 하니 당신은 아이가 나태함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봐 주어야 하오.
아이를 강인하게 키워요. 내가 강인해지기 위해 얼마나 나 자신을 단련시켰는지 당신이 더 잘 알거요. 

-중략

이 탐험에 대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없소. 집에서 안락하게 지내는 것보다 이렇게 온 것이 얼마나 좋은지, 또 당신이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기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무슨 일이나 지불해야 될 대가가 있는 법이오.

R. 스콧

- "남극일기" (로버트 팔콘 스콧 지음| 박미경 편역, 세상을 여는 창 펴냄) 본문 중



남극 탐험의 영웅, 스콧은 탐험 도중 죽음을 앞 두고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대원들의 가족에게 일일이 편지를 썼고 국민들에게도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영하 40℃가 넘는 극한 상황에서 삶의 끝이 다가왔음을 인지하면서도 탐험 기록 노트와 일기를 놓지 않은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이었습니다.

극점 정복만이 목표였던 남극 탐험의 또 다른 영웅, 아문센과 달리 스콧에게는 '남극탐사'라는 극점 정복 못지 않은 가치가 더 있었습니다.

스콧이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썼다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담담합니다.

아이를 강인하게 키우라고 당부하는 그의 말은 영웅이 아닌 보통 아버지로서의 표현이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언젠가 다가 올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식에게 어떤 말을 남겨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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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파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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